AI로 캐릭터를 만들어 본 사람은 한 번쯤 겪는다. 마음에 쏙 드는 아이가 나왔는데, 다음에 그 아이를 다시 못 만난다. 같은 설명을 넣어도 눈매가 달라지고, 옆모습을 보려고 하면 아예 다른 얼굴이 나온다. 비슷한 그림은 얼마든지 더 뽑을 수 있는데, 정작 "그 아이"는 없다.
이건 도구가 나빠서가 아니다. 이미지 생성은 매번 새로 만들어 내는 방식이고, 그건 한 장을 잘 뽑는 데는 훌륭하다. 다만 같은 대상을 계속 보는 일과는 목적이 다르다.
왜 "같은 아이"가 중요한가
정이 붙는 건 대체로 동일성에서 온다. 어제 본 그 아이가 오늘도 그 아이여야 어제 있었던 일이 오늘로 이어진다. 매번 조금씩 다르면 쌓이는 게 없다 — 남는 건 관계가 아니라 비슷한 그림 여러 장이다.
반려동물 사진을 떠올리면 쉽다. 우리가 그 사진을 아끼는 이유는 그림이 잘 나와서가 아니라 그 아이라서다. 매번 다른 아이가 찍혀 나온다면 사진첩은 의미를 잃는다.
같은 아이라서 되는 것들
동일성이 지켜지면 그 위에 얹을 수 있는 게 생긴다. 남에게 보여 줄 수 있다 — "내 캐릭터야"라고 링크를 건넸는데 상대 화면에서 다른 그림이 뜨면 그건 소개가 아니다. 돌아볼 수 있다 — 지난 기록을 다시 열었을 때 그때의 그 아이가 그대로 있어야 기록이 기억이 된다.
무엇보다 변화를 알아챌 수 있다. 기준이 고정돼 있어야 "좀 자랐네"가 성립한다. 매번 다르게 그려지는 대상에서는 자란 건지 그냥 다르게 나온 건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.
고를 때 확인할 것 세 가지
- 껐다 켜도 그대로인가. 앱을 완전히 종료했다가 다시 열어 같은 화면을 본다. 저장된 모습을 보여 주는 쪽이면 똑같고, 매번 만들어 내는 쪽이면 어딘가 달라져 있다.
- 각도나 화면이 바뀌어도 같은가. 한 장의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대상이라면, 보는 방향이 바뀌어도 같은 아이여야 한다.
- "다시 뽑기"가 중심인가. 마음에 들 때까지 다시 뽑는 흐름이 앱의 중심이면, 그건 대상을 기르는 게 아니라 결과물을 고르는 경험이다. 어느 쪽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, 원하는 게 다르면 만족도 다르다.
뭉치는 어느 쪽인가
뭉치(Moonchi)는 첫 문장으로 생김새가 한 번 정해지고, 그대로 남는다. 이후에 보는 건 그때 정해진 그 아이지 볼 때마다 새로 뽑은 그림이 아니다. 그래서 화면을 껐다 켜도, 며칠 뒤에 열어도, 보는 방향이 달라져도 같은 아이다.
대신 자라기는 한다. 이건 "매번 달라지는 것"과 구분해야 한다. 어느 날 다른 얼굴이 되어 있는 게 아니라, 같은 아이가 시간을 두고 자라는 쪽이다.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느냐가 그 아이의 출발점이 되니, 묘사를 쓰는 법을 먼저 봐도 좋다.
못하는 것도 말해 두면, "마음에 들 때까지 다시 뽑기"는 뭉치의 강점이 아니다. 태어나기 전에는 문장을 고쳐 다시 써 볼 수 있지만, 한번 태어나면 그 아이로 간다. 여러 시안을 받아 고르고 싶은 쪽이라면 이미지 생성 도구가 더 맞다. 뭉치가 주는 건 몇 주 뒤에도 같은 얼굴로 있는 쪽이다. moonchi.app에서 한 문장으로 시작해 볼 수 있다.